일잘하면(일잘러는) 손해다?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일을 빨리 끝내면 또 다른 일만 생긴다. 굳이 일을 더 잘 할 필요가 있을까? 적게 일하고 같은 돈을 받는게 더 영리한 것 같은 요즘 일을 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1) 일잘러에겐 ‘일’만 따른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건 맞다. 직장 동료나 상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직원에게 부탁을 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잘하면 늘 바쁘다. 맡은 일을 빨리 끝내는 건 일을 잘 하는게 아니라, 멍청한 짓처럼 보인다. 일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똑똑한 짓일까?
일을 잘한다는 건 단순히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평판이 높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누군가는 이 평판과 인정이 합당한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느끼고, 실망하며 ‘나도 이제 대충 그저 그런 직장인으로 살자’, ‘주는 만큼만 하면 되지’ 라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는 마음가짐은 회사(조직)가 어떻게 보상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조직의 문제일까? 조직이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일을 잘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우리가 처음 회사에 출근하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신입 사원으로서 꿈과 열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취업에 성공했다고 만족하거나 안주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나 성공적인 자신의 커리어를 쌓겠다는 목표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목표와 열정을 오랜 시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크게 5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항목들은 직장인이 개인의 노력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항목들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금전적 보상 및 안정성’, 조직 문화와 리더십은 회사와 상급자들에 의해 좌우된다. ‘업무의 의미와 가치’, ‘성장 및 발전 기회’ 또한 상급자를 통해 과업을 할당 받는 입장이라면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통제권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과업을 맡을 때부터 이 업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 기회나 해당 업무 가치의 상한선이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위의 요소들은 개인이 열정을 유지하는 요소들이기도 하지만, 회사가 개인(직장인)에게 주어질 수 있는 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상을 월급, 연봉으로만 접근할 경우, 업무에 대한 의미와 열정은 잊혀질 수 밖에 없고, 회사와 일에 대한 불만만 쌓인다.
2) 보상도 폭 넓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가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을 하는만큼 매년 인사고과를 진행할 때마다 소수의 몇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불만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회사 내에는 인정을 받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금전적 보상과는 다른 것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인사고과에서 내가 노력한만큼의 결과를 받지 못해 한 해동안의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생각이든다. 그런데 이런 나를 놀리듯 회사에서 긴급한 이슈로 TF팀이 구성되고 거기에 내가 포함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원래의 일도 내가 해야하고 새로운 일도 내가 해야한다면? 보상도 없이 일만 생기는 인정 따윈 필요도 없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며 이직 사이트에 구직 정보를 확인한다.
위의 내용만 보면 회사 내 인정은 일만 늘어나고 아무데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넓혀 보면,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은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전적 보상을 떠나서도 ‘일잘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TF팀은 회사의 사활을 걸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만 모아 만드는 팀이다. 중요 프로젝트를 다룬 경험은 나의 이력이 되고, 다른 일잘러들의 업무 방식이나 진행과정 역시 간접적인 경험으로 나의 업무 자산이 된다. 업무를 진행하는 동안 일잘러들과의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이번 기회에 회사 내에서 나를 능력이 검증 됐다면 다음 기회도 나에게 올 확률은 더 높아진다. 기회가 나에게 몰리는 것이다. TF팀이 아닌 신규 프로젝트나 다른 사람이 맡던 프로젝트를 이어 받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일잘러들과의 협업 과정이 없더라도 경험은 기회가 되고, 이력과 업무 자산이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일을 잘하는 것, 인정을 받는 것, 평판을 쌓는 것은 단편적으로 조직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한 일이고, 나를 성장 시키는 일이고, 나만의 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조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잘하려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적합하지 못한 금전적 보상에도 견뎌낸 성실함과 역량은 언젠가 조직 바깥에서도 나를 증명해줄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3) 나는 회사에 미련이 없어.
일잘러가 되기를 포기한 사람들은 회사와 나를 엄격히 구분한다. 그저 견뎌야 하는 일,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며, ‘나는 회사에 미련이 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상황들이 있다.
① 지금 회사에서 멈춘다면?
‘나는 이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적당히 받고 그냥 끝까지 다닐래’라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저 평사원으로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눈치만보며 후배가 팀장이 되는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여야할까? 아니면 단지 오래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경력이 인정 받고 임원이 될 수 있을까?
회사는 누구에게 임원의 자리를 줄까? 답은 간단하다. 회사에 기여도와 능력을 검증 받은 일잘러들의 자리이다.
많은 인원이 고용된 대기업일수록 개인의 능력을 요구받고, 보상을 주는 것 이상의 결과로 보여주기를 강요 받는다. 중소기업을 다닌다면 그렇지 않을까? 아니다. 중소기업은 인원이 적은만큼 서로가 서로의 역량을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 단순한 일, 쉬운 일만 반복하는 직원에게 경력을 인정해주고 많은 월급을 주려하지 않는다. 단순한 일, 쉬운 일은 신입 사원이나 자동화로 대체될 경우, 나의 자리는 위태로워 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지금 회사에서 정년을 채우기 위해서는 회사 내에서 또는 최소한 팀내에서 만큼은 인정받는 일잘러가 되어야한다.
② 지금 회사엔 미련없어, 더 큰 물에서 놀거야.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회사의 평판과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직을 통해 연봉을 수십배 올린 한 스타트업의 임원은 자신의 성공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초석이 되는 것은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직의 기본은 불확실성과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에서 출발한다. 어느 사회든 환경을 바꾸는 일은 불확실하고, 예상치 못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직도 마찬가지다. 이직할 회사에 들어가기 전 아무리 열심히 알아보고 물어봐도 실제 내가 겪어 보면 달라지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내가 기대하는만큼 연봉도 좋고, 업무 환경도 좋고, 안정적인 완벽한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직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까? 자기 자신에 대한 검증과 확신이 먼저 있어야 한다. 내가 일을 잘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나의 능력이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가치를 발휘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조금 불안정해 보이고, 불확실해 보이더라도 그 속에서 기회가 눈에 보이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뛰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하던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을 거둘 때, 성공적인 이직이 되며 연봉의 단위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직을 받는 회사는 어떨까? 요즘은 회사의 규모를 떠나 시스템보다 사람의 중요도가 더 크고, 한 사람의 영입이 사업의 전체를 좌우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질 수도 있다. 회사가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 그 사람의 이력서 한 장과 잠깐의 인터뷰(면접)으로 그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이력서에 적힌 이력 사항 중 내가 아는 지인이 있다면 연락을 취해 업무 능력이나 태도, 평판 등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사람이 전 회사에서 일을 못하는 척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평가해줄까? ‘능력이 뛰어난데 자신을 조금 숨기는 성향이 있어’라고 말할까? 아니면 ‘이름은 들어 본 것 같은데, 같이 일을 안해봐서… 일을 그렇게 잘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또는 ‘그냥 뭐 나쁘진 않고, 시킨 일은 그럭저럭 하는 것 같은데.’ 라고 말하지 않을까?
일잘러가 겪게 되는 다양한 업무 경험은 실력 향상의 기회가 되고, 시야도 넓혀준다. 거기에 성공적으로 과업을 완수하게 되면 회사 내에서 평판도 오르게된다.
이직을 위해서도 일잘러가 되어야 한다.
③ 내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지.
1인 창업 또는 개인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늘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주어진 일만 묵묵히 처리했고, 상사나 주위 동료들과 이렇다할 지적이나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가끔 바쁜 동료들이 보여도 그건 그들의 일이라 생각했고, 나는 내 사업을 준비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 내에서는 그렇게 일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내 일이라면 어떨까? 정말 내 일이라면 잘할 수 있을까?
‘이곳의 어떤 업무도 내 업무가 아니다’라고 여긴 태도는 결국 ‘어떤 업무든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놓친 것이다. 조직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뛰어나서가 아니라, 어떤 일이 주어지든 자기 일처럼 몰입하고 결과를 만든 사람들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실력을 키우고 기회도 얻는다. 실력과 기회가 조직에서 인정으로 이어진다. ‘그 사람은 기회가 좋았지.’라는 말 앞에는 그 사람은 기회를 얻을 만큼의 조직 내 인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회사에서 맡은 일이 내 것이든 아니든 최선을 다했다면, 독립도 훨씬 단단한 기반 위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내 사업, 내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 회사를 좀 더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직장에서 일잘러로서 인정을 받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A씨는 자신의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능력은 있지만 감추고 있었던 B씨는 회사를 다니며 이러한 경험을 쌓을 수 없었고, 개인 사업을 위한 준비가 되었다고 느겼을 때 회사를 나와 본인의 사업을 시작했다.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니, 돈을 투입해야 하는 곳마다 자신의 돈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실패했을 때의 손실도 온전히 B씨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회사에서 동료가 유사한 업무를 진행했었다는 사실을 기억 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B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큰 부담이 되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A씨는 회사를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로 생각했고, B씨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나 준비를 위한 곳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 결과 A씨와 B씨 모두 회사를 떠나지만 회사를 현명하게 이용했던 건 누가 봐도 A씨였다. 하지만 단순히 A씨는 자신만의 욕심을 채운 것이 아니라 A씨를 통해 회사도 분명 기대 이상의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반면 B씨는 업무와 본인의 일을 구분했고, 자신의 사업에 집중했다. 그런데 준비를 한다면, 더 다양한 기회에 노출되는 것도 좋은 준비가 아닐까? B씨가 놓친 것은 기회의 다른 이름은 준비가 아닐까?
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회사가 자리를 잡고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면, B씨와 같이 능력을 감추고 시킨 일만 하는 직원을 뽑고 싶을까? 아니면 회사를 도구로 생각하지만 책임감과 주인의식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뽑고 싶을까?
본인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 또한 일잘러가 되어야 한다.
일잘러는 어디 곳에서든 환영을 받는다.
마무리
‘일 잘하면 손해다’라는 문장 속에는 몇 가지 단어가 숨겨져있다.
일 잘하면 (단편적으로) 손해(처럼 보인)다. (결국 나를 위한 보상이 돌아온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든 일을 잘하려 노력하고, 결국 보상을 받는다.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일잘러가 되고자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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